안녕하세요? 나영어쌤입니다.
오늘 새벽 축구 보셨나요? 한국이 16강전에 올라 브라질과의 승부를 겨뤘습니다. 세계 최강이라는 브라질을 상대로 선수들의 압박이 컸을 텐데 참으로 대견하게 열심히 잘 싸워주었습니다.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들 너무 멋집니다!
운동선수들을 보며 느끼는 것이 참 많습니다. 국가대표라는 이름아래 그들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감내하며 지내는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의 몸으로 표현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무렵 피아노 학원을 다녔습니다. 조금 늦은 나이이지만 그래도 다른 아이들처럼 예쁘게 피아노 앞에 앉아 악기를 연주하고 싶었습니다. 바이엘을 연습하고 체르니를 연습하고 반주법을 연습하면서 제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 때문에 너무 화가 나고 속상했습니다. 한 옥타브를 손으로 다 정확하게 짚어내기 위해서 왼손으로 오른손을, 오른손으로 왼손을 늘렸던 기억이 납니다. 운동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들을 보며 참으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국가대표라는 이름 아래 그들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견디는지, 참아내는지, 자신과의 싸움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는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의 몸으로 표현해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감히 우리는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정도일 겁니다. 그래서 그들은 승패를 떠나 격려받고 존중받아 마땅하다 생각합니다.
얼마 전 서점에 들렀다가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인 손웅정 감독이 쓴 책을 봤습니다. 제 도서 취향이 자서전은 아니어서 그냥 스쳐 지나쳤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의 책꽂이에 꽂힌 이 책을 봤습니다. 그냥 무심히 꺼내어 펼쳤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괜찮아서 맘 잡고 읽었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아들을 키운 아버지로서의 마음과 자세가 제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자녀교육서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1 성찰 _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폭풍우가 와도 축구 / 진짜 중요한 것 / 축구보다 사람이 먼저다 / 아들을 바라보는 아비의 마음 / 나는 나의 축구 이야기가 싫다 / 축구 무지하게 힘들어. 그래도 할래?
2 집념_"세상에 공짜는 없다"
쌀 다섯 말이 필요했다 / 그렇게 축구는 내 인생 안으로 들어왔다 / 반복되는 불합리함 속에서 / 아닌 건 아닌 거다 / 연습벌레의 하루
3 기본_"당장의 성적이 아닌 미래에 투자하라"
나처럼 하면 안 된다 / 혜성은 없다 / 아들아, 네 삶을 살아라 / 압정을 꽂고 달리던 시간 / 반복의 힘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볼보이
4 철학_"죽을 때까지 공부는 멈출 수 없다"
무식한 자의 독서법 / 가정은 최초의, 최고의 학교 / 미쳐야 미친다-나만의 훈련법 만들기 / 성공 안에서 길을 잃지 말라 / 세 가지 가르침 / 판을 깔아주고 싶었다
5 기회_"기회는 준비가 행운을 만났을 때 생긴다"
나도 그만두겠다 / 두 번의 훈련병 생활 / 기회를 주는 사람, 기회가 있는 세상 / 내가 흥민이에게 하는 말들 / 나의 아킬레스건 / 기회의 신
6 감사와 겸손_"축구에서는 위를 보고 삶에서는 아래를 보라"
밥 짓는 아비 / 운칠기삼 / 누구에게나 위기는 찾아온다 / 아직,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 여름날의 지옥훈련 / 배짱과 겸손
7 행복_"행복한 자가 진정한 승자"
삶의 조력자, 삶의 버팀목 / 한 그루의 나무를 키우기 위해 / 운동장에서 피어나는 꿈 / 제로부터 다시 시작하는 삶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언제나 목차를 중요시합니다. 저처럼 목차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옮겨 적습니다. 이번 책에서 가장 먼저 제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무식한 자의 독서법"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부분이 가장 끌리시나요?
무식한 자의 독서법
축구와 독서. 이 두가지가 내 삶을 지탱해온 두 축이다. 지금도 나는 항상 책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 한다. -중략- 책을 좋아하는 축구선수. 오래전부터 나는 흥민이가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독하게 볼 컨트롤 훈련을 하는 동안에도 항상 책을 읽게 했다. 처음부터 책에 눌려 흥미를 잃지 않도록, 내가 먼저 책을 읽고 거기서 좋은 구절을 뽑아 읽게 했다. 1년이면 100권 정도의 책을 읽는데, 그중 30권 정도를 따로 뽑아 밑줄을 치고 중요한 페이지를 접어서 흥민이에게 권했다. -중략- 내가 스스로 터득해 깨우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발견하지 못한 지식과 지혜들을 책 속에서 발견해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뿐인가. 삶의 위기가 찾아왔을 때, 삶이라는 해전에서 책은 함선과도 같은 역할을 해준다. 배가 없으면 바다로 나갈 수 없듯 책이 없으면 삶을 헤쳐갈 수 없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무식한 자의 독서법 p.137~138>
책이 단순한 유희의 도구가 아니라고 그래서 어떤 책이든 공부하는 심정으로 별난 방법을 동원해 읽었다고 적혀있습니다. 손웅정님의 책 읽기는 검은색, 빨간색, 파란색 세 가지 펜을 준비한 후 처음 읽을 때는 검은색으로, 두 번째 읽을 때는 파란색으로 반복하고, 세 번째 읽을 때는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을 빨간색 펜으로 체크하고 메모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삼독을 한 후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나 메시지는 독서노트에 옮겨 적고 연말이 다가올 무렵 그 독서노트를 다시 읽고 새 노트에 옮겨 적는다고 합니다. 정말 엄청난 끈기와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1권 읽는 것도 힘들 텐데 모든 책을 3번씩 읽는다고 하니 사실상 1년에 300권을 읽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처음보다는 속도가 나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3 회독을 하는 것만 보아도 손웅정 님은 열정이 가득 찬 사람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이 방법은 공부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고시 공부를 하시는 분들이 책을 몇 회독씩 하시는 걸 본적이 있습니다. 결국 세상 모든 공부법은 똑같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낍니다. 그리고 이 방법을 어떻게 제가 하는 일에 적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아마 직업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축구보다 사람이 먼저다
축구 경기에 있어 태클은 없어서는 안 된느 기술 중 하나이다. 태클과 방어, 그 흐름 속에서 타이밍이 나쁘고 불운한 날은 부상으로 이어진다. 너무도 안타깝게도 그날 고메스의 경우가 그러했다. 뜻밖의 사고였다고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중략- 다행스럽게도 고메스는 재활 훈련을 잘 마치고 2020년 2월 24일 시즌이 끝나기 전에 복귀할 수 있었다. 112일 만이었다. 언뜻 보면 예상보다 빠른 기적적인 복귀가 아닌가 싶을 수 있다. 그러나 고메스가 겪었을 그 지옥 같은 여정을 상상만 해도 나는 숨이 막힌다. 그가 얼마나 강한 선수인지 새삼 되새기게 된다. 고메스는 처음에는 다시 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몸을 떨었을 것이다. 하지만 부상은 받아들여야 하고 맞서 싸워야 한다. 알아도 하기 어렵다. 안다고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말 지루하고 고된 어려운 싸움이다. 어서 회복해야만 한다고 되뇌면서도 순간순간 밀려오는 엄청난 불안과 공포에 휩사였을 것이다. 이 부상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닌 그를 둘러싼 사랑하는 사람들과 연관된 문제임을 깨닫고 포기하지 않아야만 해낼 수 있다. 고메스는 그것을 해냈다.
얼마나 성숙하나가. 나는 고메스가 피치 위에 다시 설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진짜 강자라고 생각했다. 모든 경쟁은 결국 자기 자신을 넘느냐 넘지 못하느냐에 달렸다. 나 자신을 극복하는 일은 다른 사람을 제압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값지고 훌륭하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축구보다 사람이 먼저다 p.37~39>
사실 이 부분에서 많이 놀랐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월드컵 때만 관심을 가지고 보곤 했습니다. 축구 또한 취향의 문제이니 이 책을 계기로 더 많은 축구 관람을 하겠다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정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은 태클에 대한 입장과 태클을 당한 선수들의 입장이었습니다.
월드컵 경기에서 상대 선수가 우리 나라 선수에게 태클을 거는 걸 보면 "왜 저렇게 세게 하는 거지? 너무하네!!!"라고 생각했고 혹여 다치기라도 하면 아는 사람도 아닌데 엄청 화가 나곤 했습니다. 하지만 제 분노는 거기까지였습니다. 휘슬이 울리고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순간 부상당한 선수는 제 머릿속에서 지워졌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복귀한다는 기사를 볼 때에도 별반 감흥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손웅정 님의 책을 보며 부상당한 선수가 얼마나 불안에 휩싸이는지, 그리고 그걸 이겨내기 위해 끝없는 불안감, 자괴감과 싸워야 하는지 그래서 결국 이겨내고 다시 선수로 돌아오는 것이 얼마나 훌륭한 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선수의 기량을 넘어 적어도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낸 그 훌륭함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부상당한 선수들의 복귀가 참 대견해보였습니다. 그들이 알아달라고 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국가대표라는 이름을 걸고 자신의 모든 능력과 열정을 쏟아붓는 저들이 참 멋진 것 같습니다.
길고 긴 시간동안 부모로서 올바른 철학과 소신을 가지기 위해 노력했던 손웅정 감독,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잘 따라와 준 손흥민 선수.
그들을 사랑하는 팬들이,
자녀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과 열정과 노력을 알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댓글